혁신의 도시로 부상하는 심천에서 배워야 할 것 (Lessons from Shenzhen)

NFS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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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도시로 부상하는 심천에서 배워야 할 것


“우리에게 4-6 주만 주셔요. 어떠한 아이디어도 제품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심천을 IoT시대 제조업의 메카로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공 데이비드 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해에서 자그마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던 친구였다. 메이커들과 함께 3D 프린터가 제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그가 심천을 대표하는 인물로 급부상한 데에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shenzhen 중심부의 civic center


1980년 개혁 개방의 대표도시로 선정된 심천의 처음 30년은 그다지 감명 깊지 않다. 저임금, 저품질의 메이드 인 차이나와 ‘산자이’라 불리는 짝퉁들의 원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공해도 불명예스러웠다. 그런데 2008년 중국 정부는 심천을 포함한 주강 인근의 11개 도시들을 제조업의 본산(Pearl River Delta Economic Zone)으로 통합해서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심천을 엔지니어와 메이커의 도시로 지칭했다.


2008년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Pearl River Delta at 202


중국의 시장지향적 경제체제 개혁의 실험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심천은 2014년 기준 상주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일인당 GDP는 24,000달러를 초과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1980년 인구 30만의 조용한 어촌도시가 불과 한 세대 만에 ‘중국의 테크 수도’로 눈부신 변모를 한 것이다. 세계 도시 역사상 유래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지이자 폭스콘, 화웨이, 텐센트 등 유수의 IT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 곳에서 메이커 출신인 데이비드 리는 전혀 주눅이 들어 있지 않다. 올 초 심천의 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전격 방문한 리커창 총리의 격려 때문일까, 화끈하게 밀어주는 중국 정부의 창업 육성 정책 때문일까, 이 중국 메이커의 대부는 자신만만하다. 심지어 그가 정부와 함께 추진한 심천 메이커 페어가 혁신적인 아이템이 빠진 관변 행사임이 드러났음에도 여유만만이다.


Innovative with china


“Innovate with China”라는 현수막이 아래서 그는 자랑한다. 심천에는 10만 명의 엔지니어가 있다고,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젊고 도전적이라고, 제2의 샤오미를 꿈꾸며 밤을 지새는 젊은이들로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밤 술좌석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다음 날 아침 프로토타입이 되어 나오는 곳이 심천이라면서 풍부한 제조인력과 저렴한 제조비용 때문에 해외 스타트업들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시드 스튜디오(Seeed Studio)와 같은 창업 인큐베이터에 상품개발과 프로토타입 제작을 의뢰하는 한국 벤처들도 늘고 있다.


SEEED 스튜디오 모습


창업의 메카로서의 심천은 중국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실리콘 벨리의 상상력 없는 파트너 역할을 버리고 자율, 개방, 민첩함으로 혁신의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짝퉁문화조차 창조적인 해킹으로 둔갑시켜 오픈소스 정신으로 재해석하는 억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부주도로 ‘혁신의 집’이라는 해커스페이스를 100개나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둔화되고 임금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 2015년의 중국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중국정부는 ‘대중 창업, 만민 혁신’을 기치로 ‘창업’을 경제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214만 개의 기업이 새롭게 생겨났다는 놀라운 통계가 있다. 그 중 몇 개가 살아남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중국 정부의 창업 육성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창업자의 천국이라 할 만큼 젊고 활기찬 심천에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후한 우리 경제를 떠올렸다. 성장엔진이 꺼진 한국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그렇다고 현정부가 힘써 키워 온 창조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중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이렇게 본다. 심천을 메이커 시티로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 데이비드 리임을 알고 발탁한 중국정부는 혁신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다. 그는 기업인도 관료도 아닌 순수 메이커로서 존경과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심천에 관한 비전을 그에게 묻자, ‘심천 테크놀러지 연구소Shenzhen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답이 왔다. 혁신을 위한 실험과 도전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혁신도 발전도 성장도 사람을 따라 오는 것이다. 중국의 리더쉽은 국가 전략에 맞게 합당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탁월하다. 폭스콘이나 텐센트 같은 대기업들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젊은 혁신가들을 발탁한다. 또한 국내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실리콘 벨리나 MIT같은 해외 파트너들과 글로벌한 혁신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심천이지만 혁신의 공간에는 예외 없이 외국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대기업들을 거점으로 한 우리의 창조경제 생태계,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대기업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대기업과 창조경제는 물과 기름 같다. 하나는 수직문화, 다른 하나는 수평문화이기 때문이다. 혁신이 돈이나 조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라면 대기업은 혁신의 창고였을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다. 기존의 하던 방식을 새롭게 다르게 하려는 도전정신을 가진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대체로 대기업 주변을 맴돌지 않는다는 게 나의 다년간의 목격담이다.



Lessons from Shenzhen


Rather than resorting to big corporate names, China’s government tries to find young innovators.


“Give us just four to six weeks, and we can turn any idea into a product,” said David Li, who is helping transform Shenzhen into a manufacturing mecca in the age of the Internet of Things (IoT). Until recently, Li has been running a small maker space in Shanghai. Now, with other makers, he is engaged in a heated discussion on the impact of the 3-D printer on the manufacturing industry. In his dramatic rise to become a symbol of Shenzhen, the Chinese government played a big part. 

Shenzhen was designated a leading city for economic reforms and opening to the outside world in 1980, but the first three decades were not very impressive. The city was infamous for low-quality “Made-in-China” products made from cheap labor and for pirated goods. Poor working conditions and pollution were two other dishonorable stigmas. But in 2008, the Chinese government announced an ambitious plan to integrate 11 cities along the Zhujiang River into the Pearl River Delta Economic Zone for further development, designating Shenzhen as the center for engineers and makers. 

Shenzhen played a key role as a testing ground for China’s market-oriented economic reforms. As of 2014, the southern city had a population of 10 million and a per capita GDP of over $24,000, nearly on par with Korea. The sleepy, former fishing town with a population of 300,000 in 1980 has morphed into a tech capital of China in one generation. That’s an unprecedented makeover in the modern history of cities. 

David Li is not intimidated at all in the center of the global hardware ecosystem and stronghold of the world’s leading IT companies such as Foxconn, Huawei and Tencent. Probably because of the encouragement from Chinese Premier Li Keqiang, who visited a maker space in Shenzhen earlier this year, or thanks to the start-up promotion policy of the Chinese government, the godfather of Chinese makers is still confident. Even when the Shenzhen Maker Faire, which he co-organized with the government, turned out to be a state-sponsored event without innovative items, he doesn’t care. 

Under the bold banner “Innovate with China,” he boasts that there are 100,000 engineers in Shenzhen - most of them young, challenging and dreaming to start another Xiaomi. He bragged that Shenzhen serves as a bridgehead even for foreign start-ups, as ideas discussed over drinks at night become prototypes the next morning thanks to the abundant manufacturing workforce and affordable costs. An increasing number of Korean ventures also commission product development and prototype production from Shenzhen’s start-up incubators like Seed Studio. 

As a mecca for start-ups, Shenzhen is something like a project that the Chinese government cherishes. Rather than being Silicon Valley’s unimaginative partner, it strives to become a city of innovation with autonomy, openness and agility. It would even dare to “reinterpret” the culture of imitation into “creative hacking” based on the open source spirit. The government announced that 100 hacker spaces called the “House of Innovation” will open soon. 

As economic growth slows and wage increases undermine price competitiveness, China needs a new growth engine. In March, the Chinese government proposed “Start-ups and Innovation by the People” as a tool for economic growth. There is an amazing statistic that 2.14 million companies were founded in the six months between September 2014 and March 2015. While it is another issue how many among them will survive, China’s start-up campaign seems to work. 

In Shenzhen - young, lively and a paradise for entrepreneurs - I thought of the Korean economy stuck in its deep rut. With its growth engines fizzling out, the prospects for Korea’s economy are not that bright. With conglomerate-driven growth facing limits and the current administration’s much touted “creative economy” initiative not functioning very well, where should we be headed?

What makes China different from Korea? With the understanding of the ecosystem of innovation, the Chinese government promotes David Li as it believes he’s the most suitable leader to make Shenzhen a maker city. He’s not a businessman or a bureaucrat; he is respected and revered purely as a maker.

When asked about his vision for Shenzhen, he succinctly said, “Shenzhen Institute of Technology.” In other words, that’s the very place of constant experiments and challenges for innovation. 

Innovation, development and growth are all led by people. China’s leadership is excellent at placing qualified persons in appropriate positions in accordance with its national strategy. Rather than resorting to big corporate names like Foxconn or Tencent, the government tries to find young innovators. Also, instead of striving to resolve everything with indigenous technologies, they created a global ecosystem by partnering with Silicon Valley or MIT. English is not widely spoken in Shenzhen, but foreigners are working together in innovative spaces. 

Can Korea’s ecosystem of “creative economy” focused on conglomerates really work? Unless the dinosaur business groups transform themselves totally, they can hardly thrive in a truly creative economy. While chaebol are built on a vertical structure, a creative economy is based on a horizontal culture. If innovation can be attained with money or organization, conglomerates would have been warehouses of innovation. But true innovation is a bottom-up revolution. It starts from one person with a pioneering spirit trying a radically different method from the past. My years of experience have taught me that such a person usually doesn’t hang around large companies. 


Translation by the Korea JoongAng Daily staff. 


The author is the director of the Art Center Nabi. 


by Roh Soh-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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