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시티 만들기 (Making a Soft City)

NFS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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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시티 만들기


(Making a Soft City)


새로운 도시들이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고층빌딩이나 화려한 쇼핑센터만 찾는 이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근대화의 뒤안길, 버려진 양조공장, 물류창고, 인쇄소 등지에서 새로운 불꽃들이 점화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 나아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계층적 차이마저 포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불길이다. 이들은 젊고 능동적이다.

최근 타이페이에 가 본적이 있는가? 1980년대 고도성장의 대명사, 아시아 4용 중 하나였던 대만은 90년대 중국의 등장 이후 일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메이드 인 타이완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바뀐 탓이다. 한 물간 80년대식 고층빌딩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새로 태어나고 있는 타이페이와 만난 것은 순전히 필자의 행운이었다. 타이페이 메이커 페어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Making Madang 주제로 강연하는 노소영 관장 모습


온통 아이비로 뒤덮인 100년 된 양조장 일대가 타이페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 중 하나로 탈바꿈하게 된 데에는 ‘문화창의지구(Cultural Creative Parks)’로 대표되는 대만 정부의 창조도시 전략이 있었다. 역사성이 깃든 건물을 창의적인 허브로 재정립하여 커뮤니티 형성에 힘쓰고 사회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문화콘텐츠 파워를 키우는 이른바 소프트 어버니즘(soft urbanism)의 적용이다. 영국을 벤치마킹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문화창의지구인 Creative Parks 전경


메이커 페어가 열리고 있는 화산1914(Huashan1914) 창의공원은 많은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평소 예술 영화나 디자인 샵, 갤러리 등을 찾는 젊은 인파에 더불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학생들로 일대가 꽉 찼다. 손수 만든 로봇으로 로봇 복싱이나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이 긴 줄을 서 있다. 메이커 페어의 열기는 대단했다. 제조업 전통이 강한 대만인들은 손수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Maker Faire Taipei 2015 모습


메이커 페어 컨퍼런스에서 옆 자리에 앉은 평범한 아저씨가 화산1914를 비롯한 타이페이 시의 문화창의지구들을 기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이었다. Dr. Chung-chieh Lin은 경제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문화창의지구(Creative Parks) 프로젝트는 창의적인 사람과 조직을 한 지역에 모아 창의적인 환경(milieu)을 조성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결국 창조경제를 위함인데, 먼저 창의적인 사람과 단체를 끌어들이는 것부터 출발한 것이다.


Dr.Chung-chieh Lin 사진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환경을 선호할까? 내 머리 속의 모델은 이렇다. 이들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환경을 선호한다. 지구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보다는 오래된 공장이나 역사성 있는 건축환경에서 일하거나 노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이웃과 칸을 치고 사는 비정한 현대적 삶은 이들과 잘 맞지 않는다. 지역 주민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며 창조적 에너지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기를 원한다.

정부는 창조적 인재들의 선호를 존중하면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함이 옳다. 기술이나 돈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수이고 과도한 제재는 금기다. 길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곳, 또한 커피숍에서 커뮤니티 이벤트가 열리는 곳, 나아가 도시의 형성에 개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그런 도시를 ‘소프트 도시’라 명명한다. 디지털 시대에 부상하고 있는 수평적 도시이다.

Dr. Lin은 또 다른 창조 허브인 송산문창원구(Songshan Cultural Park)에 가 보라 권했다. Eslite라는 미래형 백화점이 나를 맞았다. 물건을 진열해야 할 공간에 각종 공방들이 들어서 있었다. 유리공예로부터 목공, 금속, 종이, 요리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은 구매행위 대신 메이킹에 골몰하고 있었다. 맨 위층에는 타이페이 최대의 서점이 있는데 유명 시인의 시 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백화점 밖으로 나오니 일제시대의 학교를 개조한 꽤나 큰 규모의 디자인 센터가 있고, 광장에는 일반인이 만든 수공예품들이 flea market을 만들었다.


왼쪽의 Eslite 건물


서울시에도 이런 시도들이 없진 않았다. 대표적으로 청계천을 들 수 있다. 삼일 고가도로를 철폐하고 청계천을 복원하여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돌려 준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뒤를 이은 오세훈시장은 ‘뷰티플 서울’의 기치를 걸고 한강 르네상스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눈에 보이는 치장에 열중했다. 현재의 박원순시장은 지속가능성과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서울의 변화를 모색하되 지역성과 역사성을 존중하고 시민단체들이 시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관주도의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소프트 시티가 특정시장의 치적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매력은 사라져 버린다.

소프트 시티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창의성이 만들어가는 인간중심의 도시,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루고 부자와 빈자가 함께 걷는 도시에는 예술이 꽃을 피우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굳이 화성까지 가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런 수고를 하는 대신 조금만 더 이웃을 돌아보고 배려하면 어떨까 싶다.



Making a ‘soft city’


In a people-oriented city built on creativity, the rich and poor may walk, work and create together.


July 20,2015


New cities are springing up, but those who are looking for skyscrapers and fancy shopping malls won’t see them. New flames are ignited in the ruins of modernization, such as abandoned breweries, warehouses and printing shops. The new flames embrace the gaps between tradition and contemporary, arts and technology and even the class difference between the haves and have-nots. They are young and creative.

Have you been to Taipei recently? In the 1980s, Taiwan was one of the four dragons in Asia, synonymous with rapid economic development. But with the rise of China, Taiwan fell off the radar for many people. Made in Taiwan products have been replaced with Made in China. I was fortunate enough to witness Taipei’s rebirth from the outdated skyscrapers of the 80s as I was invited to Maker Faire Taipei. 

A century-old distillery covered with ivy was transformed into one of the most attractive spaces in Taipei. It was part of the Taiwanese government’s creative city strategy, most notably its Culture and Creative Parks project. It is an application of so-called “soft urbanism,” renovating places with historical significance as creative hubs to create communities and build new cultural centers. Respecting social and cultural interactions is the key to the “softness.” 

Huashan 1914, the site of Maker Faire Taipei, was crowded with visitors. In addition to the young people who frequent arts theaters, design shops and galleries, families with children and students attended the faire. Students with handmade robots lined up to participate in robot boxing or racing competitions. The Maker Faire was a great success. With a strong tradition of manufacturing, the Taiwanese people seem to take pride in making things with their hands.

The man who was sitting next to me at the Maker Faire Conference was the current commissioner of the Culture and Creative Parks in Taipei, including Huashan 1914. Dr. Chung-Chieh Lin introduced himself as an architect. The purpose of the creative parks was to establish a creative milieu by bringing creative minds and organizations together. After all, a more creative economy is the core idea, and it began by attracting creative people and organizations.

What kind of environment do creative people prefer? The following is the stereotype in my head: they are environmentally conscious and prefer walking or biking. Rather than skyscrapers, they want to work and play in old factories or historic structures. An isolated modern life with no communication with neighbors does not suit them. They value interaction with local people and want to use their creative energy for the sake of a community.

The government should mind the sensibilities of creative minds and provide financial and policy assistance accordingly. Before technology and money, people should come as the central element. A liberal atmosphere is a must, and excessive regulation is taboo. The “soft city” is where you run into acquaintances and have a cup of coffee, where a cafe hosts community events and where individuals can contribute to the formation of the city. It is the horizontal city emerging in the digital era. 

Dr. Lin recommended visiting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 another creative hub. The futuristic Eslite Spectrum shopping mall welcomed visitors. Instead of shelves displaying products, various workshops filled the space. Customers were making instead of buying, immersed in glass, wood, metal and paper crafts and cooking. The top floor housed the biggest bookstore in Taipei, and a reading of a well-known poet was in session. Outside the department store is a design center in a former school building from the Japanese colonial era, and an open square was used for a flea market where people could sell their handcrafts. 

Seoul has made similar attempts, most notably the Cheonggyecheon project. Seoul Mayor Lee Myung-bak was elected president for creating a park for the people by demolishing an overpass and restoring Cheonggyecheon. Mayor Oh Se-hoon focused on embellishment of the city under the banner of “Beautiful Seoul,” and started the Han River Renaissance and Dongdaemun Design Plaza. Incumbent mayor Park Won-soon stresses sustainability and changes from the bottom up. He respects local characteristics of neighborhoods and historical significances and actively engages with civic groups on municipal affairs. What’s regrettable is the government-driven tendency. The moment a potential “soft city” turns into the legacy of a certain mayor, the charm disappears.

Soft cities may be the cities of the future pursuing sustainability. In a people-oriented city built on creativity, tradition and technology, the rich and poor may walk, work and create together. Arts will bloom. Would it be really necessary to build a new city on Mars? Instead, all the time and effort can be used to care for the neighbors and be more considerate to each other. Translation by the Korea JoongAng Daily staff


The author is the director of the Art Center Nabi. 


by Roh Soh-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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