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렐카(STRELKA): 모스코가 원하는 것 (Strelka: What Moscow Wants)

NFS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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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교육이다.


스트렐카(STRELKA): 모스코가 원하는 것

(Strelka: What Moscow Wants)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만나게 되어 있나 보다. 새로운 교육에 관해 촉수를 세우고 있는 저자에게 모스코에서 초대장이 날아 왔다. 모스코 시에서 주최하는 도시 포름이었다. 나는 그 포름을 공동주관하는 스트렐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에 관심이 있었다. 작년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판(PAN: Pan Asian Network)이라는 컨퍼런스에서 들은 스트렐카 디렉터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던 터였다.

잠시 판(PAN)에 관해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판은 지식과 정보의 중심을 아시아로 가져와 보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인적 네트워크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과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유럽과 미주의 각지에서 모인 체인지 메이커들의 연합이다. 금세기 들어 부쩍 기성체제를 따르지 않고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늘고 있는데 그러한 아시아인들의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불과 한 달 만에 소집한 제주 판(PAN)에는 24개 도시에서 130여명의 체인지 메이커들이 모였다.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들의 활기찬 모임 가운데에서도 유독 안나라는 젊은 러시아 여성이 눈에 띄었다. 최근 러시아 경제에 관한 암울한 소식과 그녀의 맑고 희망 찬 얼굴이 대조를 이루었다. 안나는 스트렐카의 대외 프로그램 디렉터였다. 방문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지 2주 만에 내게 초대장이 왔다. 과연 디지털 시대가 맞다.

붉은 광장의 역사관


12월의 모스코는 눈 덮인 겨울나라였다. 붉은 광장, 볼쇼이 극장, 심지어 지하철 역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어느 각도로 들이대도 영화 속 풍경이었다. 차이콥스키와 도스또예프스키의 나라로 갑자기 프랜스포트 된 나는 정신이 먹먹했다. 서방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혼돈과 부패 그리고 범죄를 상기하기에는 시민들의 모습이 너무도 젊잖고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화 같은 설경이 끔찍한 현실을 덮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저 눈 덮인 붉은 광장 한 켠에서 서서히 썩고 있는 레닌의 시체처럼 말이다.

붉은 광장의 설경. 벽 뒤는 크레믈린 궁전의 일부


모스코 도시포름에서 나는 가지 상충되는 흐름을 보았다. 하나는 끊임없이 지루한 언변들을 쏟아내는 소비에트식 관료주의(올드 스쿨)였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와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문화(뉴 스쿨)였다. 뉴 스쿨의 중심에 스트렐카가 있었다. 학교의 설립 목적이 도시를 바꾸는 데 있다는 스테렐카는 모스코 도시포름에서도 각종 전시와 시민 참여 강연들을 조직하며 활약하고 있었다.

모스코 도시 포름, 2014년 12월 4일

세계 약 130개 도시에서 참여한 모스코 도시포름의 발표 모습


도시를 바꾸자고 만든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먼저, 스트렐카를 설립한 사람들은 교육자가 아니었다. 교장격인 오스콜코프-첸치퍼(Oskolkov-Tsentsiper)는 스스로를 소셜디자이너라 일컫는 발명가이자 언론인이며 또한 기업가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 러시아인은 뜻 있는 사업가 친구들을 규합하여 자원을 확보하고 또 시로부터 오래된 초콜렛 공장을 불하 받아 학교를 열었다.

모스코 강변의 스트렐카 전경, 천말 아래가 스트렐카 바


스트렐카 설립자들


학교의 중심이 ‘스트렐카 바(Strelka Bar)’라는 유럽 풍 살롱인 것이 특이했다. 교실을 만들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이는 살롱부터 연 것이다. 실제로 스트렐카 바는 아티스트, 디자이너, 창업가 등 도시의 장조적 인재들이 모이는 모스코의 명소가 되었다. 또 여름에는 학교를 공개하여 시민들과 도시의 현안들에 대해 토론회를 갖고 이를 공영 TV 등 매체를 통해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외적인 포장에 못지 않게 교육의 내용도 참신하고 알차다. 학생 선발은 미래사회에서 변화를 주도할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전문직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직공은 건축과 도시관련 뿐 아니라 공학, 디자인, 마케팅 등 매우 다양하다. 교육기간은 9개월이며 전액 장학금이다. 생활을 위해 매달 1000유로의 보조금도 받는다. 대체로 스트렐카 바에서 소비한다고 학생들이 농담조로 말한다.

스트렐카, 사진 출저는 fincentermoscow.ru


스트렐카의 교육은 새로운 러닝Leaning에 관한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은 제도화의 의미가 담긴 교육Education이라는 단어를 피한다. 대신 개인의 능동적인 학습이라는 뜻의 러닝Learning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9개월 과정 중 처음 3개월은 도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툴들을 배우고, 이후 학생들은 각자의 관심에 따라 스튜디오에 소속되어 도시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튜터들은 마치 중세시대의 길드 마스터처럼 소수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하고 해법을 고안한다. 튜터 중엔 렘 쿨하스(Rem Koolhas)라는 건축계의 거장도 있었다.

새로운 주거 양식을 위한 공간 디자인을 하든, 창의적 인재들이 모스코에 머무르게 하는 도시 설계를 하든, 또는 모스코의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든, 이들의 접근은 시민들의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치 소비에트식 계획경제에 대한 반작용인 듯, 철저한 아래로부터의 접근이다. 예컨대 2013년 스트렐카가 론칭한 ‘모스코가 원하는 것(What Moscow Wants)’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은 도시 개선의 아이디어를 시민들로부터 크라우드 소싱한 것으로 유명하다.

참신한 인재들이 도시의 개선을 위해 9개월간 연구하고, 도시는 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적극 홍보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하고 유능한 인재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에 관해 배울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다. 매년 40명 밖에 모집하지 않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선 줄이 길다. 입학 경쟁률이 400대 일이라 하던가? 모스코 시의 입장에서도 관료주의나 마피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 하는데 스트렐카가 활력소 역할을 한다.

4 만 명도 아니고 고작 40 명의 학생이 도시를 과연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하지만 생긴 지 채 5년이 안되어 세계 100대 건축학교에 꼽히는 가 하면, 모스코의 상징인 고르키 공원을 리모델링하고 또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러시아 관을 스트렐카가 디자인 한다. 이쯤 되면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는 교육기관이 아닐까 싶다.

이들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지 궁리해 본다. 젊고 참신한 인재들의 풀, 짧지만 효과적인 러닝위주의 교육 방식, 방법론을 중시하는 연구, 과정의 결과물을 사회와 적극 소통하기, 학교와 도시간 벽 허물기 등 스마트 한 요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가 스트렐카에서 발표한 교육에 관한 자료를 보고 확 눈이 떠 졌다. 아, 그래, 나비효과!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어떠한 작은 움직임도 그것이 제대로 된 연결망에 접속이 되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학교에서 발표한 논문 중에 학생들과 튜터, 그리고 스트렐카를 거쳐간 각 분야의 마스터들 간의 연결망이 상세하게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교육의 내용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사람들의 접촉에 관한 데이터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누가 누구와 접촉하고 또 그것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 지, 이게 교육과 무슨 상관일까, 하다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교육은 더 이상 지식을 취득하는 게 아니라, 관계맺기를 통한 연결과 접속인 것이었다.

스트렐카는 모스코를 개선하자는 기치아래 창의적 인재들의 네크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관계맺기와 연결성이야말로 스트렐카만의 독특한 교육 콘텐츠이다. 그래서 오늘도 스트렐카 바는 새벽 3시에 이르도록 젊은 크리에이티브로 북적대고 있다.

스트렐카에서 주최하는 시민포름, 2014년 여름.







What Moscow wants


Strelka may be an education institution that gets maximum output with minimum input.


Jan 15,2015


People with similar ideas are bound to meet. I received an invitation from Moscow. One of the organizers of the Moscow Urban Forum, hosted by the city of Moscow, was Strelka, a new kind of educational institution. I was impressed by the director of Strelka at a conference in Jeju last November.

Moscow in December was covered in snow. The Red Square, the Bolshoi Theatre and even the metro station were picturesque. It was simply amazing to be in the country of Tchaikovsky and Dostoevsky. The citizens of Moscow seemed gentle and peaceful, a contrast to the chaos, corruption and crime described by the Western media. Perhaps the winter wonderland was covering up a cruel reality, like the body of Lenin slowly rotting in one corner of the Red Square.

At the Moscow Urban Forum, I noticed two contradictory trends. One was the Soviet-style, old-school bureaucrats who poured out rivers of boring rhetoric. The other was the new school armed with data and technology. The center of this new school is Strelka. Its founding mission is to change the city, and Strelka organized various exhibitions and presentations at the forum.

What is this group that aspires to change a city? The people who founded Strelka are not educators. Ilya Oskolkov-Tsentsiper, who serves as the principal, is an inventor, journalist and entrepreneur and calls himself a social designer. This charismatic Russian joined with his businessmen friends to secure resources and bought an old chocolate factory to open up a school.

The school is centered on a European-influenced salon called the Strelka Bar. Before he made classrooms, he opened a salon for people to gather. In fact, the Strelka Bar became a trendy spot where artists, designers, entrepreneurs and other creative minds in Moscow get together. During the summer, the school is open to the public, hosts discussion sessions with locals to talk about issues involving Moscow, and is publicized on public television and other media.

The curriculum is creative. The school selects young professionals between the ages of 25 and 35 who can initiate change in the future. Majors include engineering, design and marketing as well as architecture and urban design. The training period is nine months and full scholarships are offered. Students also receive 1,000 euros (about $1,170) per month as living subsidies. Students joke that they use most of their allowances at the Strelka Bar.

Strelka is a laboratory for new forms of learning. In fact, it avoids using the word “education,” which suggests an institution. Instead, it prefers the term “learning,” which suggests a more proactive participation of individuals. The first three months of the program focuses on various approaches to urban issues. After that, students join a studio and begin researching urban issues. The tutors at the studio are like guild masters from the medieval period, living and researching together with a handful of students to find answers. One of the tutors is Rem Koolhaas, a world-renowned Dutch architect. 

Whether a student designs a space for a new form of dwelling, or an urban plan to attract creative talents to Moscow, or ways to resolve chronic traffic jams in Moscow, the approach always begins from the routines of ordinary people. It may be a counter to the Soviet-era planned economy, but the approach is strictly from the bottom up. In 2013, Strelka launched an online platform called “What Moscow Wants,” and it is crowdsourcing citizens’ ideas to improve the city.

The city benefits from the innovative ideas of young people and actively publicizes them. The school offers a great opportunity to students to work with talented masters. Only 40 students get to join the school every year, and 400 applications are received per seat. Moscow welcomes the role of Strelka to dilute the influence of bureaucrats and the mafia and become a global city.

How can 40 students change a city? It will take time to answer this question. But less than five years after its foundation, Strelka is considered one of the top 100 architecture schools in the world. Strelka is in charge of the remodeling project for Gorky Park, a symbol of Moscow, and it designed the Russia pavilion in the Venice Architecture Biennale. It may be an educational institution that gets maximum output with minimum input. 

What is its secret? Key factors include an excellent pool of young and creative candidates, a short yet effective learning curriculum, methodology-oriented research, active communication of results and removing any wall between the school and the city. But there is even more to the magic. Publications released by Strelka brought an epiphany. It was the butterfly effect. 

In a networked society, a small move can have a tremendous impact once it is connected to a vast network. One of the papers by the school graphically described the connection between the students and the tutors, the masters in various fields affiliated with Strelka. Why does it matter who contacted whom and how the connection changes through time? I realized that education is not simply about acquiring knowledge but about being connected and having relationships. 

Under the banner of improving Moscow, Strelka is creating a network of creative talents. Relationships and connections are the unique educational gift of Strelka. 


The author is the director of the Art Center Nabi. 


by Roh Soh-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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