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로봇' 스토리

NFS
2019-08-02
조회수 518


90년대 중반 유행하던 “다마고치”라는 장난감을 기억하는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달걀 모양의 외형. 그리고 그 속 5~6cm 남짓한 조그마한 액정화면 속에서 정체불명의 생물체가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버튼을 눌러 이따금씩 먹이를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켜 주면, 생물체는 꼬물꼬물 움직이며 수 일 내에 성체로 자라난다.



이 원시적인 형태의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는 실제 애완동물을 키우기 힘든 90년대의 도시의 아이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다마고치를 손에 쥐고는 배는 고프지 않을까, 아프지는 않나 하루 종일 자신의 가상 펫을 보살폈다. 서로 자신의 펫을 자랑하기도, 키우던 펫이 죽으면 슬퍼하기도 하였다. 기계, 혹은 소프트웨어에 이러한 감정적 애착을 가지게 되는 이 유례없던 사회적 현상은 이후 “다마고치 효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왕왕 찾아볼 수 있다. 버츄얼 펫이나 애완 로봇 등이 판매되면서, 기계는 우리의 마음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로봇에 애착심을 가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려 하는 것이다.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의 ‘우디’가 당신이 볼 때에도 말하고 움직인다면, 당신은 우디를 버리거나 방에 처박아둘 수 있을까?


 


그러므로 조심하라! 사랑보다 무서운 게 정이다. 방심하는 사이에 귀엽고 정다운 로봇들이 대거 등장해, 당신의 마음을 홀딱 뺏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Story 1: Entertainment Robots ? Furby and Aibo


털이 북실북실한 부엉이 모습의 퍼비(Furby), 그리고 미끈한 사이버 강아지 아이보(Aibo)는, 로봇이나 장난감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모두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퍼비는 98년 판매되기 시작한 어린이용 완구이다. 복실복실하고 귀여운 외형에, 소리나 빛에 반응하고, 큰 눈을 깜박이거나 귀를 쫑긋거리며 감정을 표현하는 퍼비는 당시 큰 인기를 얻어, 아이들 사이에 “다마고치”에 이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하였었다. 특히, 처음엔 퍼비들의 언어인 “퍼비쉬”(Furbish)로만 말하지만, 점차 사람의 말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주인의 말을 듣고 배우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98년 오리지날 퍼비


 

03년 퍼비 붐


이후 퍼비는 진화를 거듭하여,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센서와 의사 표현력, 음성인식 기능 등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에 출시된 퍼비 붐(Furby Boom)의 경우, 스마트폰 어플과 연동하여 놀이 및 상호 작용을 하고, 키우는 방법에 따라 공주님, 수다쟁이, 개구쟁이, 먹보, 귀요미, 터프가이 등 고유의 성격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오리지날 퍼비는 기능이 단순해 아이들의 장난감에 불과하였지만, 지금의 퍼비는 성인들도 한 번쯤 “입양”해서 “키워”보고 싶은 존재가 된 것이다!

애완용 로봇이라 하면, 아이보(Aibo)도 빼놓을 수 없다. 소니에서 99년에 첫 출시한 이 강아지 로봇은, 비록 200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판매량은 저조하였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최고의 로봇 장난감”이라 칭송된다.


source: https://us.aibo.com 


아이보는 당시로써는 깜짝 놀랄 만한 섬세한 움직임과 행동패턴을 보였다. 강아지처럼 걷고 머리와 꼬리를 움직였으며,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기계와 생물체적 컨셉을 융합시킨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세심한 부분에서 진짜 강아지와 유사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동물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두터운 매니아층을 낳았다.

아이보의 주인들은 “(소니가 추천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강아지들에게 옷을 입히고, 자신만의 성격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차별화된 트릭을 가르쳤다. 아이보와 주인의 연대는 너무나 강하고 개인적이어서, 똑같이 생긴 여러 아이보들끼리 있어도 주인들은 자신의 아이보를 구별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소니가 로봇개발 사업부를 접으면서 더 이상의 개발과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아직 많은 이들이 대표적인 애완 로봇으로 꼽는 이유이다.


Story 2: Household Robot ? Roomba


룸바(Roomba)는 2002년 아이로봇(iRobot)사에서 출시하여 전 세계적으로 천만 대 이상 판매된 자동 로봇 진공청소기이다. 흥미롭게도 이 룸바가 최근 애완 로봇으로써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source: https://media2.s-nbcnews.com


룸바의 원 기능은 바닥 청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60도로 회전하고 이동하며 바닥의 먼지를 빨아들이거나 얼룩을 닦아낸다.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바꾸고,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하고, 청소가 끝나면 충전 도크가 있는 자리로 돌아가는 등의 기능은 모두 청소가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룸바의 주인들은 다르게 느낀다. 룸바가 집안 곳곳을 누비며 청소하는 것이 기특하고, 때때로 구석에서 낑낑거리거나 청소에 애를 먹는 것이 귀엽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 주거나 말을 걸거나 한다. 룸바에게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은커녕, 음성인식 기능도 없는데 말이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집을 청소해주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이런 둥글넙적한 청소기에게 정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예쁜 ‘로봇 메이드’는 아니지만, 룸바도 우리에게 깨끗해진 집과 마음의 위안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Story 3: Therapeutic Robot ? Paro


하얗고 폭신한 물개 로봇 파로(Paro)는 또 다른 이유로 이슈가 되고 있다. 파로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해 개발한 심리치료용 로봇이다. 2003년경부터 일본과 유럽의 양로원과 병원에 지급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주인들과 대단히 강력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파로는 전신에 촉감 센서가 있어 주인의 손길에 꼬리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이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소리와 빛에 반응하고, 단어를 배울 수 있으며, 놀람, 행복, 화남과 같은 감정도 표현한다. 즉, 아기와 비슷한 형태의 능동적, 반응적 행동패턴을 보이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파로를 지급받은 양로원의 노인들 대다수는 파로를 애완동물이나 아기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보살피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리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 완화, 동기부여, 사회적 행동 촉진과 같은 심리치료 효과도 상당하여,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 복지 방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복지 로봇에는 환자 이송 로봇 ‘리바’와 간병로봇 ‘트웬디윈’등 기능 중심의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 중에 있다. 파로는 이들과 달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파로를 보살핀다. 하지만 우리는 파로와 오히려 더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삶을 편리하게 해 주는 기술로 넘쳐나게 될 미래 세상에서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 존재보다, 내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더 갈급할지도 모른다.


Conclusion: 애착은 은밀하고 위대하게


앞으로 몇 년 후면 로봇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위압적인 파워의 터미네이터도, 아름다운 섹스로봇 체리2000도 아닌, 조금은 허술한 기능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애완동물 또는 가전제품형 로봇 말이다. 그렇게 우리 삶 속에 작지만 편안한 존재감으로 스며들어와, 시간이 지날수록 깊게 뿌리내릴 것이다.

거기에는 뜨거운 열정은 없을지라도, 은은한 포근함과 깊은 만족감이 있을 것이다. 애착은 결국 나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이며,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훗날, 로봇들이 우리에게 당연한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은 그렇게 은밀하고 위대하게 그들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