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컬쳐의 상징, 헤이트-애쉬버리(Height-Ashbury)

NFS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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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몽마르트, 빈의 링스트라세, LA의 선셋 스트립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애쉬버리(Haight-Ashbury)… 세상에는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불멸하는 거리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저마다 예술의 성지를 찾아 이런 거리들로 순례를 떠난다. 매력적인 장소들로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이지만 히피 운동의 원류로서 헤이트-애쉬버리라는 작은 구역이 갖는 문화적 위상과 시민들의 자부심은 여전하다.


헤이트애쉬버리의 상징인 교차로 표지판


“내 평생 겪었던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 위트 섞인 마크 트웨인의 이 발언대로,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은 서늘한 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1967년, 샌프란시스코는 도시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맞는다.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와 예술뿐 아니라 세계 젊은이들의 영혼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히피 문화의 대폭발, ‘Summer Of Love’를 의미한다. 미국 전역에서 십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거리, 이른바 ‘보헤미안의 게토’라 불리던 헤이트-애쉬버리로 모여 들었다. 스콧 맥켄지(Scott McKenzie)가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는 세상의 모든 히피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하멜른의 피리 소리였다. 1967년 여름, 헤이트-애쉬버리에서 시작된 문화 혁명은 이윽고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유럽과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아갔다.


 

헤이트 애쉬버리의 가로수마다 마련된 록스타를 기념하는 소박한 공간


히피(hippie)들은 존 레넌이 그의 노래 <Imagine>에서 묘사했던 바와 같이 이념이나 소유에 대한 집착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었다. 몽상가요 혁명가였던 그들은 비록 그들이 꿈꾸던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상을 크게 바꾸어 놓는다.

히피 운동이 후대에게 남겨준 유산은 얼마나 위대한가! 대중 문화에서부터 IT 혁명까지, 우리가 살아 숨쉬는 21세기 문명 중 상당 부분은 히피 세대가 구축해낸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도 청년기를 뼛속까지 진정한 히피로서 살았기에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다고 스스로 술회하였듯 말이다.

특히 록 음악에서 히피 문화는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다. 도어즈(The Doors),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 수많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헤이트-애쉬버리의 빅토리안 하우스에 머물렀다. 풀어 헤친 긴 머리, 타이다이 셔츠, 벨-보텀 팬츠, 롱 스커트와 수공예 액세서리… 이 거리에서 탄생한 히피 특유의 패션 코드는 지금도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영원한 테마이다.

1970년의 어느 날, 헤이트-애쉬버리의 여왕, 재니스 조플린이 허무 속으로 사라지던 날 이후 헤이트 애쉬버리는 더 이상 히피의 낙원의 지위를 상실한다. 1960년대를 풍미한 히피 운동도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되었다.

그 굉장했던 Summer of Love로부터 거의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헤이트-애쉬버리의 풍경은 어떠한가? 맨발의 히피들이 사라진 거리에는 뉴발란스를 신은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오가고, 예술가의 아지트였던 빅토리안 하우스에는 최신의 IT 기기로 무장한 고소득의 IT종사자들이 거주한다. 주차장에는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대신 하이브리드 카가 즐비하다. 오가닉 푸드를 파는 슈퍼마켓은 상품의 질이나 구색 면에서 평범한 슈퍼마켓이라기 보다는 고급 구르메숍을 연상시킨다.

‘히피’의 어원인 ‘힙스터(hipster)’라는 말은 원래 권위를 거부하고 구도자적 삶을 추구하는 한 무리의 젊은 영혼을 일컫는 ‘핫’한 단어였지만, 지금은 소비 패턴에서 남과 차별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그룹을 뜻하는 ‘쿨’한 용어로 그 의미가 변천되었다. 아이러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헤이트 애쉬버리는 힙스터의 거리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거리의 상점들은 수많은 역사적인 거리가 그러하듯 과거의 유산을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신이 좀처럼 손에 넣기 어려운 희귀한 음반을 구하고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아메바 뮤직(amoeba music)에 꼭 들러 보길 바란다. 한때는 히피에게 LSD를 팔기도 했을 이국적인 파이프숍도 이 거리의 보헤미안적 분위기에 한 몫 한다. 담배 가게 Pipe Dream에 들러서 60년대의 향기를 맡아보는 것도 이 거리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리라.

그렇게 이 거리의 곳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다 보면, 무장한 시위 진압대 앞에서 한 송이의 꽃을 내밀던 비폭력적 저항 정신과, 자유와 인간애에 대한 염원을 아름다운 멜로디에 담아 노래하던 시대의 뮤즈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헤이트-애쉬버리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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