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청중(audience)의 시민이 능동적 공중(public)이 되어 목소리를 낼 때

아트센터나비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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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촛불 집회에 대한 경험 및 생각


2016년 겨울, 촛불 집회의 뜨거운 열기와 국민들의 함성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 마주해본 집회의 현장은 굉장히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시위가 아닌,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 폰을 든 사람들은 마치 축제 현장과 같은 시위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제각각 이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생 꼬마아이들부터 태극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스님까지 다양한 종교인들은 물론이며, 시골에서 소를 몰고 온 농부들이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 온 교수들과 학생들까지...... 나이도, 성별도, 직업과 종교도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한 목소리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추위로 손과 발이 꽁꽁 어는듯 했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뜨겁게 불타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곧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질 것 같은 희망이 샘솟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촛불 시위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외치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이번 촛불 집회만은 아니었다. 2000년대 한국 정치의 주요한 아이콘으로 등장한 촛불은 매번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시민들과 함께 하였다. 2002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첫번째 촛불 시위는 그 해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신효순 그리고 심미선양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로 시작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시작된 온라인 촛불시위가 시발점이 되어,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추모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그해 11월 대규모 오프라인 촛불 시위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시위문화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자리잡게 된 촛불시위는 화염병과 메케한 최루탄 가스로 가득한 1980년대식 폭력성 시위가 아닌 촛불, 노래, 공연, 자유토론을 통한 평화적인 소통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시위의 모든 상황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유투브, 아프리카 티비와 같은 개인 방송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보도되어, 양방향성 소통을 이끌며 다수의 동시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도 한국은 물론이며, 해외 여러 곳에서도 신뢰를 잃은 정부에 대항하는 뿔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다른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도록 한 것일까?


[그림1. 핸드폰 촛불]


인간의 소속감과 시민참여


인간은 소속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졌으며, 강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이를 방관하기 보다는 그것을 처리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성춘, 397). 감손 (Gamson, 1992)는 적극적인 목표의식을 지닌 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려는 행동이 시민참여의 시작점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여러 학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에이브러햄 매슬로우 (Abraham Maslow)가 1943년에 제안한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사랑하고 싶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가족을 이루는 등 공동체를 구성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이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앞서 말한 이야기처럼 시민 역시 특정 집단에 강한 소속감을 가지게 될 경우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토레인 (Touraine, 1981) 과 멜루치 (Melucci, 1989)는 적극적인 시민참여가 행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 및 자신과 사회 문제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한 개개인의 시민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집단 차원으로 확장할 때 지속적인 시민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림2. 심리학자 매슬로우 (Abraham H. Maslow)의 인간욕구 5단계]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는 정치과정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사회에 대한 강한 소속감이 형성되었을 때 혹은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때 시민의 정치에 대한 태도와 행동은 더욱 적극적인 양상을 띈다. 결국, 시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정책에 직접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시민이익의 실현이라는 행정이념을 달성 시킬 수 있다. 특히나 이런 시민 참여는 행정의 일탈행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행정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어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 구현의 역할을 담당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 참여의 중요성


민주정부는 시민의 다양화, 복잡화된 요구를 민감하게 수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시민은 정치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자신의 요구와 선호를 정치과정에 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유재원,105).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민주 정부를 이끄는 지표 역할을 수행하며, 이러한 정치 과정 학습을 통한 문제해결 방법과 목표 달성 의식은 능동적 시민 역량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적극적 시민 참여 경험을 통해 시민은 스스로 주권의식을 함양하고 정치 체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증명 하는 정치 효능감을 갖게 된다.

적극적인 시민참여는 분명 ‘좋은 시민’이 되는 시작점이다. 그러나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들이 공동 목표를 추구할 시 불협화음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관용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생정신이 요구되는 이타적인 마음을 배우게 된다. 이와 같은 이타적인 마음으로 양보와 타협이 실현될 때, 사회 구성원들 간의 단결과 협력이 촉진되며, 상호이익을 기반으로 한 ‘공동선’ 발견이 용이해 진다. 마침내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유대는 강화된다 (유재원, 106).


시민참여 형태의 변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시민참여의 방식과 형태 역시 오프라인에서 물리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던 방식을 뛰어넘어, 온/오프라인에서의 탈 중심적이며 전 지구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로운 참여 형태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자유로운 시민 참여 활동은 초 국적 차원에 이르는 범위를 포괄하며, 이슈에 있어서는 거대담론에서 생활세계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아우르며, 민주주의와 글로벌 사회 정의(global social justice)의 촉진을 유발한다 (장우영, 2008).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Digital Media and Society)’는 디지털 미디어가 기존의 일대일의 관계에서 일대 다수라는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 인간관계를 생성한다고 이야기 한다. 새로운 관계는 사회적, 물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해주며 새로운 이익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중립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특징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무한대의 정보를 유통하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신속성과 활용비용이 경제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정보 제공이라는 역할을 뛰어넘어 낮은 진입 장벽이라는 특성은 다수 시민의 동시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성된 디지털 네트워크 상의 여론 형성 공간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에 한걸음 가까워지도록 하였다. 오늘날 시민들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생성된 온라인 공론장이라는 독립적인 소통 공간에서 스스로의 권익과 주장을 일상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온라인 공론장은 참여와 개방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집단 지성’과 ‘대중의 지혜’를 생성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시민 참여는 소수 엘리트나 전문가의 의견이 아닌, 99%의 다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발판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그림3. 디지털 민주주의]


디지털 및 네트워크로 진화한 시민 참여의 문제점


전통적 시민 참여와 기술의 발전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온라인 공론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민주주의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시민이 정책 및 행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정보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 역시 외면 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매일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측과 그렇지 못하는 집단과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 중심 과학기술 비평지 알퍼(alphr)는 인터넷 등 정보화 기술이 정치에 활용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안하고 있지만,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생성되는 정서적 교류와 공감대의 형성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가장 직접적인 예로, 트위터와 이메일을 통해 정치적 구호를 실어 나르거나,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을 선전하는 온라인 정치 활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접촉하려는 정치인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텔라 크리시(Stella Creasy) 하원의원은 서드학회(Hansard Soceity)가 주최한 의회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텔라는 시리아 파병을 놓고 벌인 표결이 있은 후 시민들로부터 3-4일 동안 약 1만 2500건의 트윗과 함께 수 많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였다. 물론, 정책을 세우는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행위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텔라는 “이처럼 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받았을 경우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하루 종일 이메일에 답장을 해주다 보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점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의 올바른 활용방안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하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외에 시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회 제공은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지만, 인터넷 상에 떠도는 허위 정보의 문제점 그리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여 여론몰이를 유도하는 행위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의 개선에 대한 정치권과 미디어 기업들의 노력과 협조가 요구된다.


수동적 청중(audience)의 시민이 능동적 공중(public)이 될 때


기술과 시민성의 공진화로 구축된 디지털 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정치, 사회, 문화 참여 기회를 확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론장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적극적인 시민 참여는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 구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도구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를 매개한 시민 역량의 강화가 요구된다. 과거와 비교하여 공동체 문화가 결여되는 현상을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시민은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개인적 문제에 국한한 시민 참여 활동을 이어가는 성향을 보인다.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공동의 문제해결에 참여에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온라인을 통한 주체적 및 긍정적 참여 활동 방안의 구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민 참여 제도 개선의 궁극적 지향점은 시민들이 행정, 정책 시스템에 의견을 투입(input) 하는 역할을 넘어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output)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유재원, 106). 이 과정에서 다수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공론장이 되어주는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통적 시민 참여 활동 방식과 혁신적인 기술로 구현된 디지털 민주주의의 활용 방안에 대한 적극적 모색이 필요하다. 시민이 의사결정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99%를 이루는 다수의 시민들이 수동적 청중(audience)의 역할을 벗어 던지고 능동적 공중(public)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가, 한 개의 촛불이 아닌 여러 개의 촛불이 한 자리에 모일 때, 더 나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이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 유재원. (2003). 시민참여의 확대방안.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37-254.
  • 이성춘. (2017), 정치참여의식이 시민의 정치참여행동에 미치는 영향,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395-405
  • 장우영. (2010), 네트워크 개인주의와 시민저항: 2008년 촛불시위를 사례로, 한국정치연구 제 19집 제 3호 (2010년 10월) pp.25-55
  • Gamson, W.A. 1992. “The Social Psychology of Collective Action.” In A.D. Morris & C.Mcclurg (eds.). Frontiers in Social Movement Theory.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53-76.
  • Melucci, A. 1989. Nomads of the Present: Social movements and Individual Needs in Contemporary Society. London: Century Hutchinson.
  • Park, Sun-Hwa, Relationship between Powerlessness and Sense of belonging and Nutritional status among the Elderly, A master's degree of Choongnam University, 2009.
  • Touraine, A. 1981. The Voice and the Eye: An analysis of Social Movement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아트센터 나비 학예팀 최 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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