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이 만든 뉴트로 열풍에서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다

NFS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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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밀레니얼이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탓에 끝이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다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부모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 집 마련’이라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는 일’ 같은 것은 인생의 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나 같은 이런 부류의 세대들을 ‘밀레니얼’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난 2018년 5월, 밀레니얼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도시에서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학회지에서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인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더 행복감을 느끼는 유일한 세대다. 이전 세대들이 작고 덜 복잡한 장소나 지역을 선호하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왜일까. 밀레니얼은 복잡함, 혼란스러움, 불확실성, 불안정성의 세계에 익숙하다. 명확하고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영원히 소유하는 것보다 순간의 경험을 중요시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부족함을 상쇄한다. 그러기에 관계 맺을 사람이 많고 콘텐츠가 넘쳐나는 대도시는 밀레니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플랫폼이다.

그런 밀레니얼들이 최근 만들어 낸 독특한 문화 현상 중 하나가 ‘뉴트로(New-tro)’다. 뉴트로 라는 말은 New와 Retro를 결합해 탄생된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과거에도 레트로(복고)를 주목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 ‘뉴트로’라는 새로운 개념에는 이전까지의 복고 열풍과는 다른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밀레니얼들은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밀레니얼들에게 ‘과거’는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독창적이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면, 주저 않고 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향유한다. 획일적인 문화보다는 다양성과 오리지널리티를 소위 ‘힙(hip)’ 하다고 생각하는 밀레니얼에게 할머니의 자개장, 카세트테이프, 다방 간판과 같은 것들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이 새로움은 도시의 공간 곳곳으로 침투해, 낡아 쇠퇴하던 지역을 핫플레이스로 만들기도 했다. 도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을 사로잡기 위해 전에 없이 다채로운 실험을 용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다.

이런 현상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단순히 젊은 세대들이 과거의 콘텐츠를 가진 공간들을 새롭다고 느끼고 소비한다는 점이 아니다. 밀레니얼들의 시공간은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범위로 확장된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무한의 세계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히 접속해서 아카이브하고 공유하며 확산시킨다. 그것도 각자의 입맛에 맞게 색다르게 조합한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이미지와 스토리로 가득 찬 SNS 속 도시의 모습은 현실과는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물리적 장소에 기반을 두는 ‘로컬리티(locality)’의 성격이 밀레니얼의 도시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 혹은 쇠퇴한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옛날의 모습들을 재현하고 보존하는 것일까? 밀레니얼의 뉴트로에 대한 열풍은 영원히 지속될까?

뉴트로는 ‘재현’이 아니라 ‘해석’이다. 어쩌면 뉴트로는 밀레니얼들이 문화와 공간을 소비하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첫 예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제2, 제3의 뉴트로 현상들이 이어질 것이라 감히 예견해본다. 밀레니얼들을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내고, 해시태그를 통해 재생산할 것이다. 어쩌면 도시의 미래는 이런 해시태그들의 집합체이지 않을까?

밀레니얼은 도시를 사랑하고,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들이다. 그들은 도시로부터 영감을 받지만, 도시 또한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미래의 도시를 상상하기 위해 밀레니얼과 교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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